Joint Statement: Apple and Google have entered into a multi-year collaboration under which the next generation of Apple Foundation Models will be based on Google's Gemini models and cloud technology. These models will help power future Apple Intelligence features, including a…
— News from Google (@NewsFromGoogle) January 12, 2026
2026년 1월, 애플과 구글이 다시 한번 손을 잡았습니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애플의 차세대 AI 파운데이션 모델 파트너로 최종 낙점된 곳이 다름 아닌 구글이라는 사실은, 기술 업계에 신선한 충격과 함께 묘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킵니다.
하지만 “애플이 자체 기술로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하지 않았나?” 혹은 “경쟁사인 구글의 두뇌를 아이폰에 심는다고?” 같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데요. 하지만 애플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이번 결정이 갑작스러운 변심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의 연장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애플은 왜 ‘자체 개발’이라는 자존심을 잠시 내려놓고 구글의 제미나이Gemini를 선택했는지, 그리고 이 선택이 2000년대 초반 검색 엔진 전쟁과 어떻게 닮아 있는지 비교해보려 합니다. 단순한 기업 간의 협약을 넘어, 이 거대한 친구이자 적 관계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 역사는 반복된다: 검색 엔진에서 AI로 이어진 ‘아웃소싱’ DNA
IT 업계에는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운율은 맞춘다”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이번 애플과 구글의 AI 파트너십이 바로 그 완벽한 예시입니다. 겉으로 보면 최첨단 인공지능 기술 제휴처럼 보이지만, 그 본질을 뜯어보면 2000년대 초반 애플이 사파리Safari 브라우저에 구글 검색 엔진을 탑재하던 순간과 닮아 있습니다.
💡 ‘엔진’은 빌려 쓰고, ‘경험’은 직접 만든다
애플의 전략적 핵심은 언제나 명확했습니다. “사용자 경험(UX)과 직결되는 핵심 인터페이스는 직접 통제하되, 막대한 인프라 비용이 들거나 이미 시장에 압도적인 1등이 존재하는 백엔드 기술은 과감히 빌려 쓴다”는 것입니다.
2002년을 떠올려보면 당시 인터넷의 관문은 검색이었습니다. 애플은 직접 검색 엔진을 개발하여 구글과 경쟁을 하는 대신, 이미 가장 잘 만들어진 구글 검색창을 아이폰과 맥Mac에 심는 길을 택했습니다. 검색 엔진을 유지하려면 전 세계 웹페이지를 실시간으로 긁어모으는 막대한 서버 비용과 알고리즘 최적화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죠. 애플은 그 에너지를 하드웨어 디자인과 OS 최적화에 쏟았습니다.
2026년 현재, 상황은 검색에서 생성형 AI로 바뀌었을 뿐 논리는 동일합니다.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밑바닥부터 구축하는 것은 상상 이상의 자본이 들어가는 일입니다. 수십만 개의 고성능 GPU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전력망을 확보하고, 데이터를 정제하는 일은 제조업보다는 인프라 산업에 가깝습니다. 애플은 이번에도 현명한 계산을 마쳤습니다. “이미 구글이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제미나이라는 훌륭한 엔진을 만들어 놨는데, 굳이 우리가 바퀴를 다시 발명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판단인 것이죠.
🏗️ 백엔드의 복잡성은 전문가에게
검색 엔진이 실시간 인덱싱과 광고 플랫폼의 싸움이라면, AI 모델은 데이터 학습과 추론 비용의 싸움입니다. 이 두 분야의 공통점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천문학적인 리소스가 소모된다는 점입니다.
애플은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바로 통합과 패키징입니다. 구글이 복잡한 수학적 연산과 데이터센터의 열기를 감당하게 하고, 애플은 그 결과물을 가져와 친숙한 인터페이스로 예쁘게 포장하여 사용자에게 전달합니다. 이것이 애플이 지난 20년간 고수해 온 수직 통합의 유연성입니다. 필요한 것은 직접 만들지만,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가차 없이 외부의 힘을 빌리는 이 실용주의야말로 애플의 원동력이 아닐까요?
💰 1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로: 수익 모델의 진화와 반전
이번 파트너십 발표에서 흥미로운 점은 약 10억 달러로 추정되는 거래 규모입니다. 하지만 이 숫자를 단순히 비용으로만 봐서는 안 됩니다. 과거 검색 엔진 거래가 어떻게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변모했는지 복기해보면, 이번 AI 거래의 미래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 무료에서 시작해 영업이익의 15%를 책임지기까지
초기 애플과 구글의 검색 제휴는 돈이 오가지 않는 순수 기술 협력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바일 트래픽이 폭발하면서 상황은 역전되었습니다. 아이폰 사용자가 구글 검색을 이용해 만들어내는 광고 수익이 어마어마해지자, 구글은 이 기본 검색 엔진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애플에게 돈을 지불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액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2014년 10억 달러 수준이었던 지급액은 2021년 180억 달러, 2022년에는 무려 200억 달러(약 26조 원)에 달했습니다. 이는 애플 전체 영업이익의 14~16%를 차지하는, 그야말로 앉아서 버는 돈이었습니다. 구글이 전 세계 기기 제조사에 뿌린 263억 달러 중 대부분이 애플의 주머니로 들어갔다는 사실은, 애플이 플랫폼 장악력을 이용해 얼마나 영리하게 협상했는지를 보여줍니다.
⚖️ 법적 리스크를 지렛대로 삼다
최근 미국 법무부(DOJ)의 반독점 소송은 이 관계에 큰 위기였습니다. 법원은 구글이 돈으로 독점적 지위를 샀다고 판결했죠. 하지만 역설적으로 2025년 9월 법원의 결정은 애플에게 유리하게 돌아갔습니다. 구글이 애플에 지급하는 돈을 당장 끊지 않아도 된다는 결정이 나오면서, 애플은 “우리는 검색 시장의 룰을 AI 시장에도 적용하겠다”는 강력한 명분을 얻게 되었습니다.
애플은 이번 제미나이 도입을 시작으로, 향후 AI 검색 기능이 고도화될 때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애플이 구글의 기술을 빌려 쓰느라 10억 달러를 지불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 파트너십이 검색 엔진 거래의 200억 달러 규모를 벤치마킹한 새로운 수익 모델로 진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시리의 구원 투수
2024년까지 애플의 AI 전략은 실망을 안겼고 투자자들에게 AI 시장에서 도태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OpenAI, Anthropic 등 새로운 스타트업들이 막대한 투자를 받으며 날아다닐 때, 시리는 여전히 알람을 맞추거나 날씨를 묻는 (그마저도 제대로 못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 기능 발표 이후에도 “경쟁사 대비 한참 뒤처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죠.
⏳ 시간은 돈보다 비싸다
애플이 구글의 손을 잡은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속도입니다.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여 오픈AI나 구글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최소 2~3년의 시간과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지만 IT 시장에서는 영겁의 시간과도 같습니다. 그 사이 사용자들이 “아이폰은 멍청하다”며 이탈한다면 애플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위험이 있었습니다.
애플은 자존심을 버리고 실리를 택했습니다. 이미 검증된 구글의 제미나이 모델을 가져옴으로써, 단숨에 2026년 봄에 출시될 ‘완전히 새로워진 시리’의 지능을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용자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애플의 철학이 다시 한번 발휘된 순간이죠.
🛡️ 프라이버시, 그리고 ‘따로 또 같이’ 전략
많은 유저들이 우려하는 지점은 바로 개인정보일 것입니다. “구글은 데이터를 먹고사는 기업이고, 애플은 프라이버시를 파는 기업인데 둘이 어떻게 섞이지?”라는 의문이죠. 여기서 애플의 기술적 영리함이 돋보입니다.
🔒 데이터의 국경을 세우다
애플은 이번 파트너십의 조건으로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팅Private Cloud Compute이라는 강력한 방화벽을 내세웠습니다. 구글의 제미나이 모델을 사용하되, 그 모델이 돌아가는 인스턴스는 애플의 통제하에 있는 데이터센터 내에 둡니다.
쉽게 말해, 구글의 뇌만 빌려와서 애플의 집 안에 가둬두고 쓰는 방식입니다. 이는 검색 엔진 거래 시절, 사용자가 구글 검색을 쓰더라도 애플이 그 데이터를 직접 들여다보지 않고 구글에 위임하되, 추적 방지 기능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사용자를 보호했던 방식의 진화형이라고 볼 수 있죠.
🏗️ 6000억 달러의 큰 그림: 결국은 ‘내 집 마련’
그렇다면 애플은 영원히 구글에 의존할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애플은 2025년부터 미국 AI 인프라에 무려 6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천문학적인 금액은 단순히 구글에게 줄 사용료가 아닙니다.
애플은 지금 시간을 벌고 있는 것입니다. 구글의 기술로 급한 불을 끄고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안, 뒤에서는 자체 서버 칩Apple Silicon for Server을 만들고, 데이터센터를 짓고, 독자적인 경량화 모델sLLM을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민감한 개인 정보나 온디바이스 처리는 100% 자체 기술로 해결하고, 범용적인 지식 검색이나 거대 연산이 필요한 부분만 파트너에게 맡기는 하이브리드 AI 전략을 완성하려 할 것입니다.
🔮 경쟁과 협력 사이, 애플의 노련한 줄타기
애플과 구글의 이번 AI 파트너십은 단순한 기술 제휴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이것은 “최고가 될 수 없다면, 최고를 이용하라”는 애플 특유의 실용주의적 경영 철학이 20년의 세월을 넘어 다시 한번 빛을 발하는 케이스인데요.
검색 엔진 시대에 구글의 등을 타고 스마트폰 생태계를 장악했던 애플은, 이제 AI 시대에도 똑같은 승리 공식을 대입하고 있습니다. 우선 사용자들에게는 검증된 기술을 바탕으로 가장 똑똑한 시리를 지체 없이 제공하여 경험을 혁신할 것입니다. 동시에 투자자들에게는 천문학적인 자체 개발 비용을 절감하는 효율성을 증명해 보이고, 더 나아가 미래 시장에서는 플랫폼 지배력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수익 모델까지 착실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물론 구글 입장에서도 나쁠 것이 없습니다. 오픈AI라는 강력한 적수에 맞서 애플 생태계라는 거대한 우군을 얻었고, 반독점 규제 속에서도 자신들의 AI 기술이 시장 표준임을 입증할 기회를 잡았으니까요.
결국, 이번 파트너십의 승자는 누구일까요? 어쩌면 이 거대 기술 기업들의 치열한 두뇌 싸움 덕분에, 더 똑똑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누리게 될 우리 사용자들이 진정한 수혜자가 아닐까 조심스레 예측해 봅니다. 2026년 봄, 완전히 새로워질 시리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올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