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앓는 소리도 너무 많이 해서 이제는 무안해지는 불경기 시대입니다. 고물가와 경기 둔화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소비 심리는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요. 게다가 클릭 한 번이면 집 앞까지 배송되는 편리한 온라인 쇼핑의 공세 속에서,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 채널, 특히 대형마트들은 그야말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런데 이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유독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며 모기업인 이마트의 실적까지 견인하는 다크호스. 트레이더스 홀세일클럽(이하 트레이더스) 가 있습니다.
트레이더스는 어떻게 소비 침체의 파고를 넘어 꾸준한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걸까요? 단순히 물건을 싸게 파는 것 이상으로, 트레이더스의 성공에는 주목해야 할 특별한 요소들이 숨어 있습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실적 추이
2018년 ~ 2024년 기준 (단위: 억원)
💰 고물가 시대, ‘가성비’라는 필승 카드를 꺼내 들다
트레이더스 성공의 가장 큰 동력은 뭐니 뭐니 해도 ‘가성비’입니다. 지갑 열기가 두려운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현명한 소비를 추구하게 되었는데요. 트레이더스는 바로 이 지점을 정확히 파고들었습니다. 대용량 상품을 묶어 일반 대형마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전략은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의 니즈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죠.
하지만 단순히 가격만 낮춘다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트레이더스의 가격 경쟁력 뒤에는 2024년부터 본격화된 이마트, 트레이더스, 이마트에브리데이 간의 통합 매입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이전에는 각 사업부가 개별적으로 상품을 구매했지만, 이제는 하나로 뭉쳐 구매력을 극대화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것입니다. 이렇게 확보한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상품 가격을 낮추고, 이는 다시 고객 유인 효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 셈입니다. 단순히 싸게 파는 것을 넘어, 영리한 전략으로 ‘진짜 가성비’를 구현해낸 것이 주효했습니다.
☕ 쇼핑에 ‘즐거움’을 더하다: T카페와 차별화된 상품의 힘
요즘 소비자들은 단순히 물건만 사는 공간이 아니라, 즐거운 경험까지 얻을 수 있는 곳을 찾습니다. 트레이더스는 이런 트렌드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특히 푸드코트인 ‘T카페’는 트레이더스를 단순한 쇼핑 공간 이상의 ‘찾아가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1000원짜리 아메리카노, 3000원대 햄버거, 푸짐한 피자 등 파격적인 가격의 메뉴들은 외식 물가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다가왔는데요. 가성비에 맛도 챙긴 메뉴를 선보인 이후 고객이 몰리고, 자연스럽게 매장으로 발길을 옮겨 쇼핑까지 이어지는 분수 효과는 트레이더스의 집객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죠.
여기에 더해 트레이더스만의 차별화된 상품 구성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자체 브랜드(PB)인 ‘T스탠다드’는 합리적인 가격과 준수한 품질로 꾸준히 매출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특히 신선식품과 즉석 조리 식품, 주류 등은 대용량으로 구매하려는 수요와 맞물려 높은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어디서나 살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 트레이더스에 가야만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들이 소비자들의 발길을 꾸준히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 문턱은 낮추고, 발길은 더 가깝게: 접근성과 편의성의 승리
아무리 좋은 상품과 가격을 갖췄더라도 찾아가기 어렵거나 이용이 불편하다면 소용이 없겠죠. 트레이더스는 이 점에서도 영리한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국내 창고형 할인점 중 가장 많은 점포 수를 확보하여 소비자들이 더 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물리적 접근성을 높였습니다. 경쟁사인 코스트코와 달리 별도의 연회비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강력한 장점입니다. 특히 코스트코의 연회비 인상 소식은 트레이더스에게 반사이익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신규 점포 입지 선정에서도 전략적인 면모가 돋보입니다. 교통이 편리하고 유동 인구가 많은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출점하여 잠재 고객층을 최대한 확보하고 있습니다. 최근 문을 연 마곡점의 성공 사례는 이러한 전략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지하철역과 가깝고 배후 수요가 풍부한 입지 덕분에 오픈 초기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트레이더스의 성장 가능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죠. 이처럼 낮은 진입 장벽과 뛰어난 접근성은 더 많은 소비자가 트레이더스를 경험하고 단골 고객으로 전환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었습니다.
🎯 이마트의 미래, 트레이더스에 길을 묻다
트레이더스의 눈부신 성공은 단순히 개별 사업 부문의 성장을 넘어, 이마트 그룹 전체의 미래 전략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기존 대형마트 사업이 온라인 쇼핑의 확산과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트레이더스는 확실한 성장 동력이자 새로운 가능성으로 떠올랐습니다. 이마트가 트레이더스 매장 수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는 것은 이러한 기대감을 반영하는 움직임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마트가 장기적으로 점포 효율이 높은 트레이더스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옵니다. 물론 기존 대형마트 사업을 완전히 포기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마트가 최근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점포 운영 효율화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 트레이더스의 성공 모델을 다른 사업 부문에도 접목하거나, 그룹 내 자원을 트레이더스에 더욱 집중할 가능성은 충분해 보입니다. 변화하는 유통 환경 속에서 이마트가 트레이더스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여요.
📈 단순한 할인을 넘어, ‘가치 소비’ 시대를 열다
트레이더스의 성공 스토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단순히 가격을 낮추는 것을 넘어, 통합 매입을 통한 원가 절감, T카페와 같은 매력적인 경험 제공, 차별화된 상품 개발, 그리고 뛰어난 접근성 확보라는 다각적인 노력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특히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현명한 소비’, 즉 ‘가치 소비’의 니즈를 정확히 읽어내고 충족시킨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트레이더스는 이제 이마트 그룹의 든든한 실적 기둥이자 미래 성장 엔진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습니다. 앞으로 이마트가 트레이더스의 성공 방정식을 어떻게 활용하고 발전시켜 나갈지, 그리고 창고형 할인점 시장의 경쟁 구도는 또 어떻게 변화할까요?
트레이더스가 보여준 혁신과 성장이 침체된 오프라인 유통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소비자들에게는 더 나은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