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타리오: 아날로그의 반격, 문구 페어 성공이 말해주는 것들

Apr 1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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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타리오: 2025 문구 페어' © 29CM
'인벤타리오: 2025 문구 페어' © 29CM

아이패드로 일기를 쓰고 전자책으로 독서를 하는 디지털 기술이 일상을 지배하는 시대에 손으로 만지고 쓰는 아날로그 감성의 문구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근 성황리에 막을 내린 ‘인벤타리오: 2025 문구 페어’는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인데요. 단순히 상품을 팔고 브랜드를 홍보하는 장소가 아닌, 2030세대의 소비 문화와 라이프스타일 변화의 단면을 읽을 수 있는 특별한 행사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5일간 2만 5천 명 이상의 발길을 끌며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을 거둔 인벤타리오의 이면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 있을까요?

🖋️ ‘나다움’을 쓰다: 문구, 취향 소비의 새로운 중심으로

'인벤타리오: 2025 문구 페어' 전경 © 29CM
'인벤타리오: 2025 문구 페어' 전경 © 29CM

이번 인벤타리오 페어의 열기를 주도한 것은 단연 2030세대, 특히 여성 소비자들이었습니다. 이들은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에 부합하는 제품이라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취향 소비’ 성향을 뚜렷하게 보여주는데요. 과거 문구가 주로 기능성, 즉 필기 또는 사무 목적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일상에 감성을 더하는 표현의 도구로 그 의미가 확장된 것이죠.

29CM의 문구 카테고리 거래액이 급증한 사실은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이는 단순히 문구 시장의 성장을 넘어, 소비자들이 문구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에 대한 흐름을 보여주는데요. 단순히 글씨를 쓰는 행위를 넘어, 마음에 드는 노트에 생각을 정리하고, 예쁜 스티커로 다이어리를 꾸미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경험이자 자기 표현이 되는 것입니다

인벤타리오에서 ‘영감을 주고받는 사람’, ‘기록하는 사람’ 등 다섯 가지 문구인 페르소나를 설정한 접근은 이러한 맥락을 캐치한 사례로 볼 수 있는데요.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과 니즈를 세분화하여 공감대를 형성하고, ‘나’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선사함으로써 단순 구매 이상의 가치를 제공한 것이죠. 이는 제품 자체의 속성뿐 아니라, 그것이 소비자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줍니다.

✨ 단순 판매를 넘어: 경험과 큐레이션의 마법

© 29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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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타리오의 또 다른 성공 요인은 ‘체험’과 ‘큐레이션’에 있습니다. 단순히 상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방식을 넘어, 방문객들이 직접 참여하고 브랜드 스토리를 경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체험형 컨텐츠를 마련한 점이 눈에 띕니다. ‘문구인 테스트’를 통해 자신의 유형을 알아보고 맞춤 상품을 추천받거나, 스탬프 투어를 통해 아트워크를 완성하는 등의 인터랙티브 요소는 방문객들에게 단순한 쇼핑 이상의 즐거움을 선사했어요.

이러한 체험형 콘텐츠는 소비자와 브랜드 간의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요. 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브랜드가 마련한 활동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브랜드 스토리에 몰입하게 되고, 이는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 구축과 충성도 제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현장감과 오감 만족 경험은 오프라인 행사의 가장 큰 매력이자, 차별화 포인트가 됩니다.

© 29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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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있는 문구 제조사감각적인 신진 브랜드 간의 협업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성공 요소입니다. ‘화랑고무 X 오이뮤’, ‘지구화학 X 키티버니포니’ 같은 조합은 과거의 향수와 현대적인 세련됨을 동시에 만족시키며 폭넓은 세대의 공감을 얻었는데요. 이는 익숙함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고자 하는 소비자 심리를 정확히 간파한 전략으로, 브랜드 간 시너지를 창출하고 화제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결국, 잘 짜인 큐레이션은 단순히 좋은 제품을 모아놓는 것을 넘어, 소비자에게 새로운 발견의 기쁨과 영감을 제공하는 핵심 동력임을 증명한 셈입니다.

🚀 패션 플랫폼의 변신: 라이프스타일 큐레이터로의 도약

이번 인벤타리오 페어의 성공은 주최사인 29CM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패션 중심의 플랫폼으로 인식되던 29CM가 성공적인 문구 페어를 통해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취향 큐레이터’로서의 역량을 입증했기 때문입니다. 문구라는 특정 카테고리에 깊은 관심을 가진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확보함으로써, 이들을 패션, 리빙 등 다른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사업 영역 확장의 의미를 넘어, 플랫폼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하는 전략적 행보로 볼 수 있습니다. 수많은 상품이 넘쳐나는 시대에, 소비자들은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상품과 브랜드를 ‘발견’하고 ‘선별’해주기를 기대합니다. 29CM는 이번 페어를 통해 자사가 바로 이러한 ‘큐레이션’ 역량을 갖춘 플랫폼임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문구’라는, 어찌 보면 작아 보일 수 있는 카테고리를 통해 브랜드의 핵심 가치인 ‘취향 제안’ 능력을 증명하고, 이를 통해 더 넓은 라이프스타일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영리한 전략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이러한 성공이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존재합니다. 인벤타리오의 성공을 넘어, 확보된 고객들의 충성도를 유지하고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관심사를 확장시키기 위한 후속 전략이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문구 페어를 통해 디지털 시대에도 아날로그적 경험과 감성에 대한 니즈는 여전히 강력하며,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자신의 취향과 가치를 소비를 통해 표현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점을 볼 수 있었는데요. 또한, 단순히 좋은 상품을 모아놓는 것을 넘어, 고객의 니즈를 깊이 이해하고 섬세하게 큐레이션하며, 오감을 만족시키는 총체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오늘날 마케팅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줍니다.

이러한 흐름은 비단 문구 시장이나 특정 플랫폼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읽고,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진정성 있는 소통과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은 어떤 산업 분야에서든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어쩌면 우리 주변의 사소해 보이는 트렌드 속에 미래 비즈니스의 중요한 열쇠가 숨어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