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종합운동장: K-팝과 글로벌 투어의 새로운 성지가 될 수 있을까?

Apr 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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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 © 쌍용건설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 © 쌍용건설

최근 몇 년 사이, 음악 팬들 사이에서 심상치 않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팝스타나 최정상급 K-팝 그룹의 대규모 월드투어 소식이 들려올 때, 공연 장소로 의외의 이름이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는데요. 바로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고양종합운동장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포츠 경기 외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곳이 어떻게 단숨에 국내외 아티스트들이 앞다투어 찾는 공연 명소로 떠오르게 된 걸까요?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의 부재와 더불어 여러 복합적인 요인과 고양시의 적극적인 노력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 공연계 지각 변동 속 찾아온 기회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리모델링 조감도 © 서울시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리모델링 조감도 © 서울시

고양종합운동장이 주목받게 된 가장 결정적인 배경은 역설적이게도 서울 내 대형 공연장의 부재와 제약 상황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5만 명 이상을 수용하며 상징적인 ‘대형 공연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은 현재 2026년까지 이어지는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로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또 다른 대안으로 꼽히던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축구 경기 일정이 우선시되는 데다, 공연 후 잔디 훼손 문제로 인한 위약금 부담과 부정적인 여론까지 겹치면서 공연 유치가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죠.

실내 공연장 사정도 녹록지 않습니다. 올림픽공원 KSPO돔(구 체조경기장)과 고척스카이돔 정도가 대규모 관객을 받을 수 있는 실내 공연장으로 꼽히는데, KSPO돔은 치열한 대관 경쟁을 뚫어야 하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고, 고척돔 역시 본래 야구 경기를 위해 설계된 곳이라 시야, 음향 등 공연 전용 시설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특히 팬데믹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글로벌 투어와 전 세계적으로 규모가 커진 K-팝 공연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서울의 기존 인프라가 한계에 부딪힌 셈입니다. 이러한 공급 부족 상황은 새로운 대안을 절실히 필요로 했고, 바로 이 지점에서 고양종합운동장이 강력한 후보로 떠오르게 됩니다.

🏆준비된 다크호스, 고양시의 숨겨진 매력

© 네이버 지도
© 네이버 지도

고양종합운동장이 단순히 ‘빈자리’를 차지한 것만은 아닙니다. 공연 개최지로서 매력적인 조건을 이미 갖추고 있었기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죠. 우선 약 4만 1천 석 규모의 관람석은 대규모 공연을 치르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여기에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에서의 접근성이 뛰어나 해외 아티스트와 스태프들의 이동이 용이하다는 점은 큰 강점입니다. 공연 장비 운송이나 물류 측면에서도 유리하죠.

교통 편의성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하철 3호선 대화역과 인접해 있고, 최근 GTX-A 노선 개통으로 서울 강남권에서의 접근 시간까지 획기적으로 단축되면서 관객들의 이동 부담을 크게 덜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고양시에는 프로축구단 등 상주하는 스포츠팀이 없어 경기장 스케줄 확보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것입니다. 복잡한 이해관계 조정 없이 공연 일정에 맞춰 경기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유연성은, 빡빡한 월드투어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아티스트와 기획사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매력적인 조건입니다. 이러한 지리적, 물리적, 운영적 이점들이 결합되어 고양종합운동장은 ‘준비된 대안’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 기회를 현실로 만든 고양시의 전략적 행보

라이브네이션코리아와 업무협약을 맺은 고양시 © 고양시
라이브네이션코리아와 업무협약을 맺은 고양시 © 고양시

하지만 좋은 조건만으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고양시의 발 빠른 판단과 적극적인 유치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성과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고양시는 공연 산업을 도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고양종합운동장을 ‘글로벌 공연 허브’로 만들겠다는 명확한 목표 아래 움직였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파격적인 지원 정책입니다. 공연 유치를 위해 경기장 사용료를 기존 관람권 수입 총액의 10%에서 6%로 대폭 감면하고, 대관 일정 우선 배정 등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는 공연 기획사들의 비용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고양종합운동장을 더욱 매력적인 선택지로 만들었죠. 또한, 공연 관련 예산을 증액하고, 세계적인 공연 기획사인 라이브네이션코리아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전문성을 강화하고 파트너십을 구축하려는 노력도 병행했습니다. 단순히 시설을 빌려주는 것을 넘어, 소음 저감 대책 마련, 관람객 동선 확보, 교통 및 안전 관리 지원 등 성공적인 공연 개최를 위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입니다. 공연 기획사들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개최하며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친 것 역시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었죠.

장르 불문 팝스타 총출동의 해로 기록될 2025년 © 인터파크
장르 불문 팝스타 총출동의 해로 기록될 2025년 © 인터파크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엔하이픈, 세븐틴 등 최정상급 K-팝 그룹의 월드투어는 물론, 콜드플레이, 오아시스 등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글로벌 아티스트들의 내한 공연이 줄줄이 확정되었습니다. 특히 콜드플레이가 월드투어 중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 다음으로 가장 많은 횟수의 공연(6회)을 고양에서 펼치는 점은 고양종합운동장이 단순한 대체재를 넘어 또 하나의 주류 공연장으로 인정받기 시작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형 공연들은 단순한 문화 이벤트를 넘어, 수십만 명의 국내외 방문객을 유치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어요.

✨ 지속 가능한 ‘공연 성지’를 향한 과제와 전망

고양종합운동장은 분명 K-팝과 글로벌 공연 지형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미 2025년 대관 일정이 거의 마감될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이는 고양시가 ‘글로벌 공연 거점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강력한 발판을 마련했음을 의미합니다. 미국 LA의 소파이 스타디움이나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처럼, 고양종합운동장이 월드투어의 주요 기착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러한 성공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남아있습니다. 우선 야외 경기장이라는 특성상 동절기 공연 개최가 어렵다는 계절적 한계는 분명한 약점입니다. 또한 ‘체육시설’이라는 본래의 정체성을 넘어, 공연에 최적화된 인프라와 운영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필요가 있어요.

더 나아가, 단순히 대형 공연을 유치하는 것을 넘어, 공연과 연계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 개발, 지역 주민들과의 상생 방안 마련, 공연 산업 전문인력 양성 및 유치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고민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진정한 ‘공연 도시’는 하드웨어적인 시설뿐만 아니라, 그 안을 채우는 소프트웨어적인 콘텐츠와 이를 뒷받침하는 생태계가 함께 성장할 때 완성될 수 있습니다. 공연 거점도시 사업을 전담할 조직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고양종합운동장의 부상은 수도권 공연 인프라의 공백이라는 외부적 요인과, 고양시 자체의 지리적·시설적 강점, 그리고 시의 적극적인 전략과 노력이 맞아떨어진 결과입니다. 이제 고양은 단순한 위성도시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새로운 문화 중심지, K-팝과 글로벌 음악 팬들이 주목하는 ‘핫 플레이스’로 발돋움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남은 과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간다면, 고양종합운동장은 세계적인 공연 명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대한민국 라이브 공연의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갈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가수들이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멋진 공연을 선보일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