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동네 슈퍼나 구멍가게에서 간단한 군것질 거리나 식료품 정도 사는 것이 일상이었죠. 그러다 편의점이 등장하면서 24시간 언제든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는 편리함에 푹 빠졌습니다. 라면, 삼각김밥, 음료수뿐 아니라 간단한 생활용품까지, 편의점은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죠. 그런데 요즘 편의점이 단순히 물건만 파는 곳에서 더 나아가,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일본에서는 이미 편의점이 ‘준(準) 패션 업체’라는 타이틀을 얻을 정도로 의류 판매에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패밀리마트의 의류 판매 성공 사례는 눈여겨볼 만하죠. 편의점에서 의류를 판매한다라.. 아직은 좀 생소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내 편의점 GS25도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손잡고 의류 판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는데요.
일본 패밀리마트의 의류 판매 성공 비결를 살펴보면, GS25가 왜 무신사와 협업하여 의류 판매에 나선 이유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어요.
👪 패밀리마트, 편의점이 제안하는 패션 트렌드
위기를 기회로 만든 도전, 의류 판매
일본 편의점 시장규모 추이
2017 - 2024 (~8월)
2010년대 중반, 일본 편의점 시장 매장 수가 5만 개를 넘어서며 시장 포화론이 대두되고 있었습니다. 인구는 줄고 경쟁은 치열해지니, 성장의 돌파구를 찾기가 어려웠죠.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패밀리마트는 의류 판매라는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긴급 의류 라는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속옷이나 양말처럼 갑자기 필요한 의류를 판매하는 것에서 시작했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았죠. 조거 팬츠, 반바지, 티셔츠 등 일상복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준 패션 업체 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겁니다. 낡은 옷을 벗고 트렌디한 옷으로 갈아입은 셈이죠.
접근성과 편리성에 패션을 더하다
패밀리마트의 변신은 단순히 새로운 상품을 추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소비자 트렌드의 변화를 정확히 읽어낸 결과였죠. 예전처럼 백화점이나 쇼핑몰에서 쇼핑하는 대신 가까운 곳에서 빠르고 편리하게 쇼핑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었는데요. 특히 편의점은 24시간 영업이라는 엄청난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제든, 누구든,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은 패션 유통 채널로서 엄청난 메리트가 되죠. 패밀리마트는 바로 이 점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접근성과 편리성에 패션을 더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겁니다. 마치 24시간 패션 쇼핑몰을 연 셈이죠.
과감한 콜라보, 파격 디자인으로 패션 감각을 불어넣다
패밀리마트가 본격적으로 패션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전문 디자이너’ 와의 협업이었습니다. 2021년엔 유명 패션 브랜드 파세타즘 Facetasm의 디자이너 오치아이 히로미치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했는데요. 그저 그런 평범한 디자인이 아니라, 개성 넘치는 디자인으로 승부를 건 겁니다. 티셔츠, 탱크톱, 반바지, 양말 등 다양한 아이템으로 구성된 컬렉션은, 390~990엔 한화 약 3,800원-9,6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면서 불티나게 팔려나갔습니다.
편의점 브랜드가 패션쇼에 런웨이까지 한다고?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패밀리마트는 편의점 업계 최초로 패션쇼까지 개최하며, 브랜드 이미지 혁신에 나섰습니다. 2023년 11월, 요요기 국립 경기장에서 열린 패션쇼는 그야말로 센세이션이었죠. 80명의 모델이 런웨이를 걷고, 50가지 스타일을 선보였습니다. ‘미래의 패밀리마트’ 를 콘셉트로 한 패션쇼는, 편의점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부수는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는데요. 이 패션쇼를 통해 패밀리마트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편의점이 아닌, ‘트렌드를 선도하는 패션 브랜드’ 라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심어주었습니다. 이제 누가 편의점을 ‘싸구려’라고 생각할까요?
1년 만에 매출 100억 엔 돌파, 패션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패밀리마트의 과감한 변신은 놀라운 성공으로 이어졌습니다. 2023년, 의류 사업 매출 100억 엔 약 1,000억 원을 돌파하며, 패션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것이죠. 특히 양말은 누적 판매량 2,000만 켤레를 넘어서는 메가 히트 상품이 되었습니다.
편의성은 이제 ‘AI’, ‘유틸리티’ 와 함께 2025년 패션 마켓을 지배할 3대 키워드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패밀리마트의 성공은, 편의점이 단순한 유통 채널을 넘어 패션 트렌드를 이끄는 핵심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 GS25, 무신사와 손잡고 K-편의점 패션 시장 도전장을 내밀다
한국 편의점 시장의 딜레마
일본과 달리, 한국 편의점 시장은 조금 다른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소매업 생태계가 워낙 세분화되어 있어서 ‘옷은 옷 가게에서’ 라는 인식이 강하죠. 편의점에서는 여전히 속옷, 양말, 티셔츠 등 급할 때 찾는 의류만을 취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GS25가 무신사와 손잡고 패션 의류 판매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한국 편의점 업계와 패션 업계에 던지는 도전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GS25와 무신사의 전략적 동맹
GS25와 무신사의 협업은 급변하는 유통 환경 속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핵심 고객층인 1020세대에게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입니다. 다이소는 뷰티, 패션 시장에서 이미 엄청난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요. 저렴하고 간편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가성비와 편의성을 무기로 한 유통 채널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GS25는 무신사 스탠다드 상품을 편의점에 들여와 비식품 영역의 MD 경쟁력을 강화하고 싶었고, 무신사는 GS25의 전국 1만 8천여 개 매장을 활용해 오프라인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싶었습니다. 서로의 니즈가 딱 맞아떨어진, 윈윈 win-win 전략인 셈이죠.
무신사 스탠다드, 익스프레스 라인업으로 승부수
GS25는 2025년 3월 2일, 무신사 스탠다드 익스프레스 라는 GS25 전용 라인업을 업계 단독으로 출시할 예정입니다. 윈드브레이커 재킷, 반소매 티셔츠, 라운지 스웨트 팬츠, 양말, 벨트, 속옷 등 총 12종의 상품을 GS25 전용으로 선 보일 예정인데요. 무신사의 판매 전략은 단계적 확장 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전국 매장에 쫙 까는 것이 아니라, 주요 상권에 위치한 3,000개 매장에서 먼저 시작하여, 시장 반응을 꼼꼼히 살피겠다는 전략이죠. 일단 반응이 좋으면, 품목도 늘리고 판매 매장도 전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안전하면서도 영리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죠. 무신사 입장에서도 이번 협업은 온라인 플랫폼의 한계를 극복하고 오프라인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입니다. 전국 곳곳에 있는 GS25 매장을 통해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지역의 새로운 고객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테니까요.
📈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편의점
옷, 화장품, 반려동물 용품까지? 경계 없는 편의점의 변신
편의점은 이제 단순한 ‘convenience store’가 아니라, lifestyle platform 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식품, 생필품은 기본이고, 패션, 뷰티, 반려동물 용품까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죠. 세븐일레븐은 이미 ‘동대문 던던점’, ‘뉴웨이브 오리진점’ 같은 패션·뷰티 특화 매장을 선보이며, 편의점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5만 5천 개 vs 1천 5백 개, 압도적인 접근성이 무기
편의점의 가장 큰 무기는 뭐니 뭐니 해도 접근성 입니다. 2024년 말 기준으로 전국 편의점 수는 5만 5천 개를 돌파했는데요. 다이소 1,500여 개 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숫자죠. 또한 시간과 노력을 아껴주는 편리한 쇼핑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편의점은 더욱 매력적인 쇼핑 채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1인 가구 증가, 비대면 소비 확산 등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변화는 편의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GS25는 이 막강한 오프라인 매장를 기반으로 이번 협업을 통해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편의점의 변신은 어디까지?
일본 패밀리마트의 의류 판매 성공, 그리고 GS25와 무신사의 야심찬 협업은, 편의점 산업의 혁신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일본 편의점은 이미 준 패션 업체 로 자리매김했고, 한국 편의점도 비식품 카테고리 확장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습니다. GS25와 무신사의 만남은 편의점의 ‘접근성’ 과 패션 브랜드의 ‘상품 경쟁력’ 이 결합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1020세대의 편리미엄 트렌드에 맞춰, 편의점 의류 판매는 더욱 확대될 것이고, 편의점은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겠지요. 소매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온-오프라인 융합이 가속화되는 시대, 편의점은 앞으로 어떤 변화를 보여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