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의 시대에서 롱폼 컨텐츠가 다시 뜨는 이유 (feat. 침착맨)

Feb 13, 2025

4 min read

퇴근 후 저녁 식사를 할 때 꼭 유튜브를 보면서 식사를 합니다. 이리저리 둘러보기 번거로워 재생 시간이 긴 영상 하나 틀어놓고 보곤 하는데요. 비단 저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닌가 보네요🤔. 화려하고 자극적인 숏폼 콘텐츠가 트렌드를 휩쓸고 있는 요즘 롱폼 콘텐츠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1시간은 기본, 심지어 5시간이 넘는 긴 영상인데도 불구하고, 천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롱폼 컨텐츠는 꾸준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도대체 롱폼 콘텐츠의 어떤 매력이 시청자들을 사로잡는걸까요?

📱 숏폼 콘텐츠, 짧지만 강렬한 피로감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볼 수 없는 숏폼 콘텐츠 © 오픈서베이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볼 수 없는 숏폼 콘텐츠 © 오픈서베이

숏폼 콘텐츠의 인기 뒤에는 역설적이게도 피로감이 숨어있습니다. 1분 미만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핵심 내용을 파악해야 하는 숏폼은, 영상을 보는 동안 오롯이 영상에만 집중력을 쏟게 만듭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자극적인 영상들은 뇌를 과도하게 활성화시키고,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여 쉽게 지치게 만듭니다. 마치 번개처럼 강렬하지만 금방 꺼지는 숏폼 콘텐츠의 특성이 피로감을 가중시키는 것이죠. 이러한 숏폼 피로감을 역으로 활용하여 롱폼 콘텐츠를 활용해볼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숏폼 콘텐츠에 지친 소비자들에게 잠시 숨을 고르고 깊이 있는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죠.

반면, 롱폼 콘텐츠는 마치 잔잔한 호수처럼 편안함을 선사합니다. 편집이 최소화된 라이브 방송이나,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토크 콘텐츠들은 숏폼처럼 강렬한 자극을 주지 않아요. 정보 과부하 없이, 라디오처럼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숏폼에 지친 눈과 뇌를 쉬게 해주는 명상 같은 존재가 바로 롱폼 콘텐츠인 셈이죠.🧘‍♀️

이러한 롱폼 콘텐츠의 특징은 마케팅적으로도 유효합니다. 단순히 짧은 시간 안에 휘발되는 정보 전달이 아닌, 브랜드 스토리나 가치를 깊이 있게 전달하고, 소비자와의 관계를 장기적으로 구축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죠.

🎬 롱폼 콘텐츠, ‘날것’과 ‘담백함’이 무기

1시간 금방 지나갑니다 © 침착맨 Youtube

롱폼 콘텐츠의 인기 비결은 담백한 편집 스타일에도 있습니다. 숏폼처럼 현란한 효과나 빠른 화면 전환 대신, 잔잔하고 편안한 편집을 추구하죠. 쉴 틈 없이 쏟아지는 오마카세, 코스 요리보다 집밥처럼 소박하지만 질리지 않는 매력이랄까요? 과장된 연출이나 자극적인 편집보다는, 진솔하고 인간적인 매력이 담긴 날것 그대로의 콘텐츠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 할 수 있습니다.

PD 나영석 초대석 © 침착맨 Youtube
PD 나영석 초대석 © 침착맨 Youtube

이젠 웹툰 작가보다 스트리머로 유명한 침착맨은 나영석 PD 초대석에서 “편집을 너무 열심히 해서 매 순간 재미있으면 안 본다. 부담 없이 오래 보게 하려면 보다가 놓쳐도 아쉽지 않은 콘텐츠여야 한다.” 라는 농담 섞인 조언을 건네기도 했는데요. 롱폼 콘텐츠의 핵심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롱폼 콘텐츠의 핵심은 진정성입니다. 꾸며지지 않은 솔직한 모습, 가공되지 않은 날 것의 정보가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어요.

🤝 숏폼과 롱폼의 적절한 조합

숏츠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롱폼 컨텐츠 © 침착맨 Youtube
숏츠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롱폼 컨텐츠 © 침착맨 Youtube

하지만 숏폼과 롱폼은 무엇 하나 빠짐없이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같이 성장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롱폼 콘텐츠에서 깊이 있고 여유로운 흐름을 보여준다면, 숏폼 콘텐츠는 그 속에서 재밌고 강렬한 하이라이트를 보여주면서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숏폼 플랫폼에 흥미로운 요약본이나 하이라이트 영상을 먼저 공개하고, 롱폼 콘텐츠 풀버전을 궁금하게 만들어 시청을 유도하는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구글에서도 권장하는 숏폼과 롱폼 전략 © think with google
구글에서도 권장하는 숏폼과 롱폼 전략 © think with google

실제로 유튜브에서는 롱폼 콘텐츠와 숏폼 콘텐츠를 모두 업로드하는 채널에서 시청 시간과 구독자 수 모두 증가하는 추세라고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롱폼 오리지널 콘텐츠의 맛보기 역할을 숏폼이 담당하면서, 자연스럽게 롱폼 콘텐츠로 유입을 유도하는 것이죠. 숏폼으로 유입된 Z세대 시청자 중 59%가 롱폼 콘텐츠를 시청한다는 통계 역시 주목할만 합니다.

숏폼과 롱폼, 이제는 ‘따로 또 같이’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시리즈 형태의 콘텐츠를 기획하여 숏폼과 롱폼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도 좋은 전략입니다. 숏폼 에피소드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롱폼 에피소드로 심층적인 내용을 다루는 방식으로, 시청자들을 꾸준히 콘텐츠 생태계 안에 머물도록 유도할 수 있어요.

✨ ‘이야기’에 맞는 ‘그릇’을 선택할 때

결국, 롱폼 콘텐츠 트렌드의 본질은 콘텐츠 본연의 가치에 대한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만이 능사가 아니라, 때로는 길고 느리더라도 진정성 있는 콘텐츠가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죠. 도파민에만 의존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서사맥락이 있는 콘텐츠에 대한 갈망이 롱폼 트렌드를 이끌어낸 것입니다.

숏폼과 롱폼, 어느 한쪽에 치우치기보다는, 콘텐츠의 목적과 내용에 따라 적합한 형식을 선택해야 해요. **‘어떤 이야기를 담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우선이고, 숏폼과 롱폼은 그 이야기를 담는 그릇일 뿐입니다. 롱폼의 부활은, 콘텐츠 마케팅의 본질은 이야기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줍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그릇에 담느냐’보다 **‘무엇을 담느냐’**겠죠?